2010년 졸업작품 <부서진 밤>(2010)으로 부산국제영화제 (BIFF) 선재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한국에서 감독이자 각본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새로운 예술적 시각을 찾고자 2018년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베를린 예술대학교 (UdK)에서 미디어 아트를 수학했으며, 영화 감독 토마스 아슬란 (Thomas Arslan) 의 지도 아래 실험예술과 서사영화가 공명하는 지점을 탐색했다. 현재 독일에서 장편 데뷔작 <반월> 촬영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차기 프로젝트로 한국과 독일 간의 국제 입양을 다루는 장편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시놉시스
여름방학. 마음 둘 곳 없는 13세 왕따 소녀 예리는 계부의 빚을 피해 엄마 수진과 이복동생 벤과 함께 북해의 외딴 섬, 이모 아진의 집으로 숨어든다. 예리의 기대와 달리 아진은 처음 만나는 조카를 냉대하고, 수진과 벤은 아진의 ‘동지’라고 하는 섬사람 데이비드와 어울리느라 바쁘다. 예리는 낯선 곳에서 또다시 외톨이가 되고 만다. 예리의 유일한 위안은 죽음에 대한 끝없는 농담, 그리고 아진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촌 율리안과의 비밀스러운 통화 뿐이다. 수진이 벤만 데리고 섬을 떠난 날, 아진은 버려졌다는 절망 속에서 생의 의지를 잃어가는 예리 곁을 조용히 지켜준다. 아진과 단 둘이 지내며 이모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어두운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 예리는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아진을 돌보기 시작한다. 어느 더운 날, 두 사람은 함께 해변으로 간다. 바다 수영을 하며 서툴게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는 그때, 더 이상 약물을 나누어 주지 않는 아진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데이비드가 나타나 숨겨온 본색을 드러낸다.
감독노트 및 기획의도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반월』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유년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는 한 소녀의 여정이 선명한 영화적 영감으로 다가왔다. 소외와 단절 속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고등학생 소녀가 괴짜 이모와 함께 보내는 여름방학 이야기를 한국계 독일인 이민자의 서사로 재구성했다. 정서적 성장통을 겪는 십대 소녀. 가족이 할퀸 상처로 인해 삶의 균형을 잃은 이모. 무심한 세상 속에서 그들이 몸부림치는 시간을 스크립트 속에 오롯이 담아내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영화는 예리에게, 그리고 어린 나에게 띄우는 엽서라는 것을. 엽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쓰일 것이다. 고통은, 하늘의 달처럼 차오르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생을 맴돌거야. 그동안 우리는 다짐한다. 성장하고, 치유하며,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빛날 수 있음을.